한국/동아시아
아가는 예뻐 유능한 국가 조선왕조
2026-07-18 17:46 | 댓글 : 0

14세기에 탄생한 왕조국가.


무려 국가의 탄생 목적이 있는 세계 최초의 목적형 국가였다.

그 목적이란 게 "아무도 억울한 자가 없도록 한다."

그 흔한 부국강병 따위도 아니고, 아무도 억울한 자가 없게 하기 위해 우리가 국가를 세웠어.. 와우.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유교적 가치가 그들의 마인드가 어떠했는지 힌트를 제공한다.

국가란 하나의 초대형 가족이자 유기체이다.

그리고 그 이전의 고려를 통해 외부적 요인이 국가를 파괴할 순 없다는 확신에 바탕해

국가를 망가뜨리는 것은 내부의 붕괴라고 본 것 같다.

그런데 현대에 이전의 역사를 바라보면

민족의 수많은 국가들 중 다수가 내부인의 배신으로 나라가 망했다.

백제의 예식이 의자왕을 당나라에 넘겨서 무너졌고, 고구려도 연개소문의 두 자식이 당나라에 나라를 넘겼다.

고려도 결국 고려의 신진사대부들이 고려를 붕괴시켰고, 조선은 을사오적이란 매국노가 나라를 일본에 팔아넘겼다.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 외부의 강압에 의해 국가가 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즉, 내부의 적, 즉 삐진 인간들의 배신에 의해 나라가 망했다.

결국, 우리 민족에게 있어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삐진 인간이 없게 해야 하는 것이고, 삐짐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억울함이다.


세계의 많은 지역에 귀신 이야기가 있다.


유럽도 있고, 중국도 있고, 바로 옆 일본에는 이 귀신 이야기가 무지막지하게 많을 뿐만 아니라, 귀신들의 모양을 이모티콘화해서 책을 발간한 게 18세기였을 정도로 귀신 이야기가 많다.

주변 환경적 공포를 귀신으로 추상화했다고 이야기한다.

당연히 한국도 민족적 설화 속에 귀신 이야기가 있지만, 다른 지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한국의 귀신은 주변의 환경적 공포와는 무관한 존재이다.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게 귀신의 존재이다.

그 귀신은 자신의 억울함을 해소하지 못하고 저승으로 못 가고 구천을 떠도는 것이다.

그리고 전설의 고향식의 뻔한 클리셰가 자신의 임기로 가는 도중의 신임 사또 앞에 나타나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고 그 사또가 이 귀신의 민원을 해소해 주는 스토리가 바로 그것이다.

해결되지 않는 민원이 있는 영혼이 바로 한민족의 귀신이다.

그리고 이 영혼의 억울한 민원조차 해결해 주는 국가가 바로 조선이었다.



1.통치 이념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통치 행정 능력의 유능


1-1. 인의예지(仁義禮智)


그래서 조선은 억울함을 어떻게 해결해 줄 건데?

그 해법을 "인의예지"로 규정했다.

인: 이 사람 말, 저 사람 말, 원고와 피고의 말, 이래저래 할 말이 있는 자들의 말을 다 들어주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굳이 "훈민정음"을 만든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모두의 말을 최대한 많이 들어주는 것이 바로 왕의 최우선 임무 중 하나인 "인"인데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말을 직접 들을 순 없고, 그렇다면 편지를 보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데, 문제는 편지를 쓸 한자가 너무 어려워서 백성들의 입이 의도치 않게 입틀막의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을 타파하기 위한 해결책이 바로 쉬운 글자인 "훈민정음"의 발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의: 편지인 상소도 있지만, 학자들과 함께 토론하는 "경연"도 있고, 사헌부·사간원·홍문관 등 삼사의 의견 등 이 사람 말 저 사람 말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공정함, 즉 어떤 게 올바른 것인지를 분간하는 상태에 도달한다.

이것이 바로 "의"이다.

위의 것은 정책 결정 과정이라면, 형사적 처벌을 위한 "의"는 흠흠(형사법)을 통해 증거 제일주의를 채택하고

중죄일 경우 병렬형 삼심제를 운영했다(하나의 사건을 별도의 다른 세 곳의 사또들이 동시에 재판하는 제도).

예: 이렇게 공정함이 이뤄지려면 이 과정 자체가 또다른 억울함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절차 자체도 공정해야 한다.

사건의 접수부터 최종 결과가 내려지기까지의 절차적 정당성이 바로 예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행정"이라는 것이고, 이 과정과 절차를 만들어내고 운영하는 것이 바로 국가만이 할 수 있는 국가의 영역이다.

조선은 이 과정을 매우 중하게 여겼고, 조선은 마치 공무원의 나라처럼 운영되었다.

개인적으로 조선의 왕을 규정할 때 지배자, 통치자보다는 공무원이라고 정의하는 게 맞다고 보는 이유가 최말단부터 최상단 왕까지 모조리 다 메뉴얼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메뉴얼이 바로 "예"인 것이다.

지: 위의 모든 과정은 "지식"이라는 기초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법은 국가라는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설명서와 같아서 법지식이 매우 중요하고, 그 법지식을 위해 또 엄청나게 꼼꼼한 메뉴얼화된 공무원 선발 과정인 "과거"가 있다.

"지"를 양과 질로 판별하여 선발하는 과정이 바로 이 "지"를 가름해 보는 절차인 것이다.

조선은 "지"로써 운영되는 나라였다.



1-2. 수신제가(修身齊家)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유교의 4서(四書)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서 유래한 문구이다.

현대에는 이를 개개인의 덕목처럼 이야기하지만,

원래는 왕에게 하는 말이다.

수신, 제가, 치국 이 세 가지인데

자신을 다스리고, 집안을 다스리고, 국가를 다스린다.

조선의 왕은 단순한 지배자, 통치자, 공무원으로 끝나지 않았다.

조선의 왕은 그 사회가 추구해야 할 모델이며, 흠이 없는 철인이었다.

법이 있으나 법으로 치국하기보다는, 수신과 제가의 모범이 됨으로써 백성들 스스로 따르고 싶어지는 모델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델의 역할을 조선의 왕들은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1-3. 관대한 국가 조선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처형된 숫자가, 아직 백년도 안 된 대한민국에서 900여 명 정도 된다.

반면, 500여 년의 조선 시대의 사형수의 숫자는 600여 명 정도이다.

우리가 영화와 드라마 속의 무지막지하게 표현되는 조선시대 묘사 때문에 크게 착각하고 있지만,

사실 지금 대한민국이 조선시대보다 훨씬 더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다.

물론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이 법원의 관대한 처벌에 불만이 많지만, 조선시대는 지금 대한민국보다도 훨씬 더 관대한 국가였다.

왜냐하면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조선의 왕은 백성들의 모델이었다.

즉, 범죄자가 많다는 것은 왕, 네가 똑바로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반증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조선의 왕들은 처벌 받는 사람이 많은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조선의 왕들이 신하들과 부딪혔던 것 중에 바로 이 관대한 처벌 이슈가 있었다.

다만, 유일하게 관대하지 않았던 것은 성범죄였다.

또한 관대한 국가였던 조선이었기에 국가 정책에 대한 반대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당대(현대 이전의 거의 대부분) 국가들이 경찰국가, 병영국가였기에 국가에 대한 반대란 곧 반역으로 간주되기 쉬웠던 시절에 국가정책의 반대가 결코 흔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조선의 관대함을 반추할 수 있다.



2. 흔하게 나타나는 종교국가화 되지 않고 오히려 종교국가를 탈피하여 비종교-행정통치 국가로 진입


유럽은 기독교가,

아랍세계는 이슬람이,

인도 아대륙은 힌두교가,

동남아는 불교가,

중국과 일본은 불교를 기반한 온갖 사교가

사회·문화로써 동작하며 국가의 권위와 권능을 능가하던 시절에 보기 드물게


이미 안착된 불교로서의 종교국가를 벗어났다.

아예 종교가 없던 국가에서 종교국가화되지 않은 게 아니라, 이미 불교라는 종교가 사회문화와 권능을 가진 사회에서

그 종교의 역할만 쏙 빼내어 비(非)-종교국가로 돌아선 사례가 있나?

단 한 건도 없다.

오로지 딱 한 나라, 조선만이 그 불가능한 역사를 이루어냈다.

위의 저 수많은 종교들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 미친 행동들이 무수히도 많이 일어났던 근본적인 원인, 즉 종교가 통치하면 그 폐해가 엄청나다는 것을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다.


종교가 기득권화되어 사회발전을 가로막고, 엄청난 종교 갈등과 전쟁이 수백 년을 지배했다.

유럽이 기독교 종교국가를 벗어나는 데 얼마나 많은 전쟁이 있었는가.

조선은 불교 종교를 벗어나는 데 전쟁은커녕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부드럽게 진행되었다.

이 얼마나 유능한가.



3. 조선 왕조 500년 기간동안 전 세계는 끊임없는 미친 전쟁의 시기였다.


그 미친 시기를 겨우 전쟁 두 번으로 막아냈다.

같은 시기 다른 세계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3-1. 유럽:

15세기에 종교전쟁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후스 전쟁이 벌어졌고, 16세기엔 유럽의 강대국이 모두 참전한 이탈리아 전쟁, 이후 200년간 이어지는 오스만-합스부르크 전쟁, 독일 내의 신교와 구교 간의 전쟁인 슈말칼덴 전쟁, 프랑스의 신구교 전쟁인 위그노 전쟁, 신구교 간 갈등으로부터 시작된 네덜란드 독립전쟁이 있었다.


17세기엔 본격적인 종교전쟁인 30년전쟁, 영국내전, 영국-네덜란드 전쟁, 동유럽판 세계대전인 대튀르크 전쟁, 18세기엔 스웨덴과 러시아의 대북방전쟁, 세계대전급 전쟁인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 7년 전쟁과 프랑스 혁명 전쟁이 벌어졌다.

19세기 전쟁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나폴레옹 전쟁, 크림전쟁, 이탈리아 통일 전쟁, 러시아-튀르크 전쟁이 벌어졌다.


3-2. 중국:

홍건적으로 난으로 명나라가 건국된 이후, 명과 북원 간의 수십 년간의 전쟁이 있었다.

15~16세기, 토목의 변, 임진왜란·정유재란, 몽골의 북경 포위전이 있었다.

17세기, 사르후 전투, 명·청 전쟁, 삼번의 난.

18세기, 준가르 전쟁과 러시아와의 국경 분쟁.

19세기, 아편전쟁, 태평천국의 난, 염군의 난, 청불전쟁, 청일전쟁.


3-3. 인도:

16세기 무굴제국이 중앙아시아에서 인도로 진입하게 되는 파니파트 전쟁, 무굴 제국이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전쟁인 라지푸트 정복 전쟁, 17세기엔 무굴 제국의 데칸 정복전쟁, 18세기엔 마라타 전쟁 등이 있었다.


등등 유라시아의 대부분 지역이 끝없는 전쟁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조선만 단 두 번의 전쟁으로 혼란을 회피하고 있었다.

조선이 그냥 가만히 있는데 전쟁이 알아서 피해간 것이 아니다.

한반도의 국가들은 조그만 무능해서 빈틈이 보이면 바로 전쟁이나 내전에 휘말린다.

국가가 무능하면 그 반작용이 바로 표출되는 지역인 것이다.

조선의 폐업과 대한제국의 멸망이 바로 유능함의 반증이기도 하다.


구한말 국가가 무능해지자 곧바로 그 반작용이 드러나고야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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